막말(幕末) 시기, 즉 에도 막부 말기(19세기 중반)는 일본이 강제로 개항하며 서구 열강과의 조약을 체결하게 된 중요한 전환기입니다. 이 시기의 조약 체결은 일본이 서구 열강의 압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평등한 외교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외국과의 조약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정치적 혼란과 내부 갈등을 일으키며 메이지 유신의 배경을 형성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외국과의 조약 체결 과정, 일본 내부의 반응, 그리고 그 사회적·정치적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외국과의 조약 체결 과정
막말 시기 일본은 서구 열강, 특히 미국의 강한 압력 속에서 개항과 조약 체결을 강요받았습니다. 1853년, 매튜 페리 제독이 이끄는 미국 함대가 에도만에 도착해 일본이 문호를 개방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가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에도 막부는 기존의 쇄국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1854년, 일본은 미일 가나가와 조약을 체결하며 미국 선박에 시모다와 하코다테 항구를 개방하고, 미국 선박에 물자 공급과 피난처 제공을 허용했습니다. 이 조약은 일본이 주도권을 갖지 못한 채 체결된 불평등 조약으로, 일본 외교의 주도권이 외국에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러시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른 서구 열강과도 유사한 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본은 점차 서구 열강의 경제적, 정치적 압력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1858년에는 더욱 심화된 미일 수호 통상 조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 조약은 요코하마, 나가사키 등 주요 항구를 추가로 개방하고, 외국인에게 치외법권을 인정하며, 일본의 관세 자율권을 박탈했습니다. 이는 일본의 경제적 주권을 크게 제한하는 조치였으며, 천황의 승인을 얻지 못한 채 체결된 점은 막부의 권위를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2. 조약 체결에 대한 일본 내부의 반응
외국과의 조약 체결은 일본 내부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조약 체결 과정에서 막부의 독단적인 결정은 많은 다이묘와 사무라이, 그리고 지식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조약의 불평등성과 외국에 대한 굴복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존왕양이(尊王攘夷)"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존왕양이는 천황을 중심으로 국가를 재건하고, 외국 세력을 배격하자는 주장으로, 막부의 권위에 직접적인 도전이 되었습니다.
조약 체결로 인해 개항한 항구에서는 외국 상품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일본 국내 경제에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외국과의 금은 교환 비율의 차이로 인해 금이 대량으로 유출되었고, 일본 경제는 심각한 물가 상승과 혼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불안은 서민층의 불만을 키웠으며, 막부의 무능함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다이묘와 무사 계급 내에서도 분열이 발생했습니다. 일부는 외국 세력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의 근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이들은 외세의 간섭에 저항해야 한다며 무력 충돌을 지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 사회는 정치적 갈등과 폭력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혼란에 빠졌습니다.
3. 조약 체결의 사회적·정치적 영향
외국과의 불평등 조약 체결은 에도 막부의 몰락과 일본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막부는 국제적 압력에 굴복한 무능한 정권으로 간주되었고, 이는 "막부타도(幕府打倒)"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존왕양이 운동과 더불어 사쓰마번과 조슈번 등 강력한 다이묘들이 중심이 되어 막부를 타도하고 새로운 정치 체제를 수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었습니다.
조약 체결과 개항으로 인해 외국 상품과 사상, 기술이 유입되면서 일본 사회는 근대화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개항한 항구를 중심으로 상업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서구의 경제 시스템과 기술이 일본에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일본의 근대 경제와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 시기의 혼란과 변화는 메이지 유신(1868)의 배경을 형성하며, 일본이 근대 국가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외국과의 조약 체결로 인한 압력과 내부 갈등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이는 일본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나아가고 근대화를 이루는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외국과의 조약 체결은 막말 시기 일본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며 일본 근대사의 전환점을 이루었습니다. 불평등 조약은 일본의 주권을 제한하고 경제적 불안을 초래했지만, 동시에 국제적 현실을 인식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일본이 서구 열강의 위협 속에서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근대화와 국제화의 길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